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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a
2024.1.26 00:11 · 조회수 1765

장기투자의 장기란 몇년일까?

최근 임금피크를 앞두고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게 된 지인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희는 임금피크까지 5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이미 퇴직금을 DC형으로 전환했고, 지난 2년간 수익률도 연 5, 6퍼센트 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게시판을 제외하면 돈얘기를 거의 하지 않지만, 퇴직이 당면 과제가 된 직장동료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은 남편은 퇴직 준비에 대해 대화할 일이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임금피크 전에 자발적으로 DC형 전환을 선택한 최초의 사례라고 알음알음 알려진 탓에, 이따금 연금계좌 운영이나 주식관련 문의를 받곤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관련 책이나 블로그 정도만 안내해주지만, 가까운 지인인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상담 비스무리한 일을 해야할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상대방이 생각하는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과 투자기간이 제 생각과 많이 달라서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제가 초반에 작성했던 게시물 중에 평균적인 자산투자수익률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FRB가 135년간의 자산투자 수익률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부동산이 연평균 7.1프로, 주식이 연평균 6.9프로였답니다.  장기 지수투자를 선호하는 보글헤드 커뮤니티에서도 보통 연평균 기대수익을 7퍼센트 대에서 잡고요.

그런데, 이전까지 주식투자 경험이 없거나 공모주 청약, 또는 테마주 투자 정도가 전부인 분들이 주식으로 2, 3년 내에  두배 정도의 수익을 바라시더군요.  단기간에 폭등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SNS에 넘쳐나기 때문인가 싶고, 이래서 리딩방 사기가 극성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성과 퇴직연금이 갖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올해부터 내년 사이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채권투자 쪽이 안전하다고 권했습니다.  다행히 금융사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해줘서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주식투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매우 깊구나 싶었습니다.

주식도 부동산이나 예금과 같은 자산의 한 종류입니다.  매매가 쉬워서 그런지, 집을 사고팔 때는 발품까지 팔며 몇달에서 몇년을 투자하시는 분들이 주식은 해당 회사의 재무재표 한번 확인하지 않고 카더라, 하는 말만 믿고 덜렁 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좋아 몇번 정도는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이 가능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벌어놓은 수익을 날리거나 고점에 물려 강제로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 자산투자에 있어서는 복리의 마법과 시장의 성장성을 믿고 처음부터 장기로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는 투자기간이 적어도 10년이 넘어야 장기라고 생각합니다.  3년은 단기, 적어도 5년에서 10년은 되야 중기에 해딩합니다.  인생은 100년을 염두에 두고 계획해야하는 초장기 프로젝트이고요.

그런데, 개별주 투자는 장기투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100년이 넘는 미국주식 시장에서 그 100년을 살아남은 회사는 정말로 한줌 밖에 안됩니다.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부침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와 미래역량을 제대로 알고 확신하지못하면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3년에서 5년 간격으로 들이닥치는 경기하락과 수시로 발생하는 주가하락을 견디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상장회사 수가 25,000 개가 넘는 미국에서도 배당왕족주가 드물고, 성공한 가치투자자가 한손으로 셀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로서 본인의 역량이 워렌 버핏급은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개별주를 사서 장기간 보유하셔도 상관없겠지만, 저처럼 평범한 개인투자자라면 장기투자는 시장 자체의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지수형 ETF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젊고 본업이 있으시다면, 투자는 시장을 믿고 지수형 ETF에 맡겨두시고, 본인의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배당주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건 제가 나이가 많고 이미 만들어 놓은 금융자산이라는 토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업투자자에 가깝습니다.  애들 대입까지 끝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고 20년이 넘게 부동산과 주식, 채권을 모두 아우르는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으며, 함께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기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남편과 동생들이라는 인적 자원도 있습니다.  또 배당주가 제가 가진 금융자산의 전부도 아닙니다.

그러니 10년 이상의 시간을 우군으로 두신 젊은 분들은 당장의 투자수익률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현업에 집중해서 몸값을 더 높히세요.  투자금 규모가 작을 때는 연봉을 높혀 추가 투자금을 늘리는 방법이 적은 투자금의 추가수익률 몇프로보다 장기적으로 자산형성에 더 도움이 됩니다.

지수형 ETF에 충분히 돈이 쌓이고(적어도 1억 이상), 사회경제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깊어졌을 때, 자산배분의 일환으로 개별주를 담아가시면 시장변동성에 버티며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더 높아집니다.

특히 지금 학생 신분이라면, 학점관리하고 직업 포트폴리오 만드는데 집중하세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도 퇴직 전에는 나름 잘나가는 직장인이었습니다.